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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정도되는 아이와 카페를 가면 흔히 겪을 수 있는 10단계를 적어보았습니다. 양육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공감을, 예비 양육자분들에게는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을 반영한 오리지널 육아 시리즈.


안녕하세요 버미데디입니다. 오늘은 3살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분들이라면 한번쯤은 고개를 끄덕이실 수 있는 것들을 적어보려고합니다. 바로 '카페 입성' 인데요. ^^ 그 시작부터 끝은 보통 일반분들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10가지 단계로 적어보려고하는데요. 그전에 여러분은 카페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카페라는 장소는 흔히 '쉼터', '휴식공간' 혹은 '탈출구' 등으로 묘사되곤하는데요. 저 역시 최소 1일 2커피를 즐겨마시는 1인으로써 카페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었답니다. 저의 아내와 저는 카페에서 꽤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고 가끔은 놀라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 물론 어디까지나 단 둘이 있을때 얘기입니다. 

 

"아이하나 낀다고 뭐가 크게 다르겠어?"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아이가 카페에서 난리는 피우고 사고를 치는것은 아닙니다. 아래 내용은 오로지 저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먼저 밝히고 적어보도록하겠습니다. ^^

 


 

3살 아이와 카페에서 씨름하기 공감 10단계

 


1. 착석이 쉽지 않다.

 

- 아이와 카페에 오셨나요? 가장 먼저 겪게 될 문제는 아이가 착석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상황이 생겨날 수 있는데요. 보통은 부모가 원하는 자리에 아이가 잘 앉아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아이가 원하는 곳에 앉습니다. 그곳이 설령 카페 바닥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원하면 그곳에 착석합니다. 벌써부터 난감하셨나요? ^^; 어찌어찌 자리를 잘 찾아 앉으셨다고해도 절대 방심은 안됩니다. 아이가 곧 자리를 벗어나 카페를 배회하거나 넓은 의자에 엎드려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테니까요. ^^ 

 

"유아용 의자에 앉혀주면 되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입니다만 아이들 나이가 3살 쯤되면 유아용 의자는 과감히 거부합니다. 앉더라도 금새 일어나 내려오려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혼자 떨어져 앉은게 싫을 수 있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앉은 자리에 본인도 앉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2. 메뉴판을 보지 않는다. 

 

- 이상적인 카페를 그려보십시요. ^^ 아늑한 분위기 잔잔한 음악 그리고 영혼을 사로잡는 메뉴들.. 하지만 아이들에게 메뉴판은 '무의미' 한 종이판일뿐입니다. 무엇이 그안에 있는지 중요하지 않아요. 양육자분들은 아이들을 배려한답시고 몇번이고 먼저 메뉴를 물어봅니다. 

 

"범이 뭐 먹고싶어요? 케익? 빵? 마카롱?"

"음료는 베이비치노 마실까? 초콜릿? 사과주스?"

 

간혹가다가 아이가 단번에 대답을 해주곤합니다. 그날은 운이 좋은날이니 집에가실때 복권을 한장 구매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보통은 양육자분들이 3번을 반복하고 적당히 좋아할 것들을 시켜주거나 시켜주지 않고 넘어갑니다. 그리고 곧바로 양육자분들의 눈은 메뉴판으로 향합니다. 여기 주의하셔야 할 부분은 세심하게 메뉴를 읽을 시간이 없다는겁니다. 거의 바코드 찍는 수준으로 속독을 하셔야합니다. 안그러면 아이의 폭풍질문에 주문은 커녕 물도 못마실 수 있습니다. 

 


3. 자꾸 테이블에 물건들을 만진다.

 

- 아이의 폭풍질문을 받아가며 그렇저렇 원하는 것을 골랐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메뉴가 나오기전에 아이의 폭풍질문을 받습니다. 또는 카페투어를 시켜주셔야 하기도합니다. 민폐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한두번 하시다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그렇게 돌아와서 아이는 테이블 위에 물건들을 만집니다. 그게 무엇이든 아이들에게는 '놀이' 가 될 수 있습니다. 카페 진열대 근처는 아이들에게 '에버랜드' 와 같은 곳이니 가급적 아이들 시선을 원하는 쪽으로 잡아두셔야합니다. 

 

"카페 진열대라면 어떤 곳을 말하는건가요?"

 

예, 스타벅스 가보신적 있으신가요? 가시면 텀블러 진열해놓은 진열대가 있고 맞은 편에는 샌드위치나 음료수 등이 놓아져 있습니다. 아! 마카롱도 있습니다. 마카롱은 특히 주의하셔야하는데, 아이들은 손이 작은편에 비해 악력이 상당합니다. 마카롱 쥐는 순간 그냥 눌러 찌부러뜨립니다. 가격도 귀한 몸인 마카롱 으깨버리면 카페 사장님은 팔지도 못하고 폐기처분해야하니 꼭 명심해두시길 바랍니다. 

 

 


4. 음식과 음료수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하도 만져서 멀리 치워버린 컵과 소스병들

 

- 메뉴가 나왔나요? 어른들에게는 먹는것이 가장 중요하다면 아이들에게는 먹는것보다는 '만져보는것' 이 가장 중요하답니다. 일단 만져보고 '탐색' 을 시작합니다. 바로 양육자분들의 제지가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욕구는 더욱 불타오릅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음식과 음료에게서 멀어지게 되고 양육자분들이 떠주는 만큼 받아먹게됩니다. 이부분에서는 양육자분들 마다 호불호가 있는데요. 아이의 자존감과 호기심을 지켜줄 것이냐? 음식에 대한 예의를 가르치고 훈육을 진행할 것이냐? 정답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결과는 비슷합니다. 결국, 아이는 거의 먹지 않는다는거죠. ^^

 


5. 왠지 직원들에게 미안해진다. 

 

먹다가 혼나서 남겨둔 키즈밀

 

- 아까운 마음에 조금씩먹다보면 아이가 묻습니다. 

 

"엄마 내꺼 어디갔어요.?"

"아빠 제 케이크 없어요."

 

.... 그 순간 말을 잘하셔야합니다. '자네가 안먹어서 내가 꿀꺽했다네.' '그러길래 먹으라고 하지 않았나?' 이런식의 대답을 하실 경우 아이가 크게 분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범 답안 : " 범이야 이따가 범이 좋아하는거 사러가자. ", " 여기 범이가 좋아하는 OOO 짠~"

 

무엇이든 주의를 빠르게 분산시켜야 아이가 사라진 케이크와 디저트를 잊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슬슬 칭얼거리는 소리가 카페에 울려버집니다. 이제 커피 반밖에 마지 못했는데 말이죠. 

 

 


6. 핸드폰을 의미없이 켜본다. 

 

- 어떻게든 설득해보고 말을 걸어보지만 아이는 점점 바닥으로 바닥으로 결국 바닥으로 누워버립니다. 의자위에 다시 앉혀도 미끌어져 녹아내립니다. 앉아주는건 단호히 거부합니다. 결국 잠시 모든걸 내려놓고 핸드폰을 켜봅니다. 꼭 이럴때는 핸드폰이 조용합니다. 아무런 카톡도, 메시지도, 연락도 없습니다. 시계를 한번 켜고 화면을 이리저리 굴려봅니다. 보통 카페의 아이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경고 : '양육자분들이 핸드폰 화면에 비밀번호를 푸는순간 아이는 그것을 낚아채어갑니다.'

 

이것이 그들의 생존방식입니다. ^^ 눈치가 상당합니다. 

 


7. 그마저도 빼았겨서 동영상을 보여준다. 

 

빼앗긴 내 영혼

 

- 그렇게 아이들은 보고싶은 동영상을 실컷 찾아봅니다. 핸드폰을 빼앗기면 보통 열이면 열분이 길을 잃고 불안해합니다. 뭔가 카페에서 내 핸드폰이 없다는건 사막에서 길을 잃은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그저 남은 커피를 마시다보면 아이가 다가와 말을 건냅니다. 

 

"아빠 광고 나왔어."

 

그렇습니다. 광고를 잘못눌러 영상이 꺼지면 한번씩 찾아와 부탁을 합니다. 그래도 잠시나마 찾아온 이 여유가 반갑습니다. 

 


8.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멍을 때린다. 

 

- 그렇게 지나가는 손님들도 쳐다보고 창밖도 바라봅니다. 벽에 걸린 액자도 한번 바라봐줍니다. 다시 아이를 바라보니 '내가 부모는 부모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목도 한번 풀어주시고 기지게도 한번 뻗어줍니다. 그리고 시간이 궁금합니다. 아까 시간 봤는데 기억이 잘 나지않아 아이가 보는 핸드폰을 잠시 빌려 시간을 확인하고 이내 돌려줍니다. 갈시간이 되었나봅니다. 

 

 


9. 커피가 식는다. 

 

식어버린 커피

 

- 남은 커피를 가볍게 원샷하고 아쉬움에 더 앉아있습니다. 그래도 쉬는건데 막상 움직이려니 시동이 잘 걸리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카페라고 쉬러왔는데 정신없이 먹다가는 느낌입니다. 예전에는 커피가 식기도 전에 다 마시고 수다를 1시간 넘게 하고 점심을 먹으러 신나게 달려갔는데. 이제는 따뜻한 커피를 끝까지 마셔본 기억이 없습니다. 

 

 

 


10. 포장용기를 달라하고 집에 갈 준비를 한다. 

 

반도 안먹고 남은 음식

 

- 음식이 남았으면 포장용기에 담고 남은 아이의 음료는 가지고 갑니다. 아이는 핸드폰을 계속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거운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나 집으로 발을 돌려봅니다. 


어떠셨나요? ^^ 끝이 좀 씁씁하게 느껴지셨나요? 양육자의 몫을 다 하시다보면 여가와 육아의 경계가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육아를 하는건지, 일을 하는건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답니다. 좀 우울해질 수 있습니다. 나의 삶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꿔생각하면 이런 삶 속에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는 모든 것들이 나의 발전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아이러니하게 들리시겠지만 양육자분들은 생각하는 카테고리가 이전과는 확연히 바뀌게 되는데요. 그것은 주로 '미래에 대한 고민' 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있기전에는 대부분 '현재' 를 바라보고 살기에 늘 흥미롭고 즐거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남는건 지출내역 뿐입니다. 양육자분들께서 받는 스트레스는 모두 '내 삶 그리고 아이의 삶' 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입니다. 

 

문제가 있어야 답을 구하듯이 스트레스를 받으셔야 답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아이와 카페가기 좋은 계절입니다. 다소 짜증스럽고 우울할 수 있지만 오늘도 저는 아이와 카페를 갑니다. 먼 훗날 아이가 저에게 

 

"아빠, 아빠랑 어렸을 때 카페가서 재밌게 논거 기억나요."

 

라고 말해주면 저는 더할 나위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때로는 과거의 추억이 좋은 유산이 되기도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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