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3살 아이가 떼를 쓸 때는 다 이유가 있다는데, 그럼에도 왜 나는 아이에게 화를 낸걸까. 화를 내고나서 내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미워지는 이유는 왜일까. 

 


이제 범이가 3살이 되었으니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법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는 나이다보니 조급함이나 성급함보다는 점점 여유를 갖는 습관을 키우게 되는것 같네요. 평소 아이의 말을 10번에 9번은 들어주는 편이니 아이가 크게 투정을 부리거나 떼를 쓰는일이 없으나 나도모르게, 욕심에 아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일이 생기곤합니다. ㅎㅎ 

 

1. 밥먹일때

2. 옷입힐때

3. 씻길때

4. 좋아하는것을 방해할때

5. 배고프거나 졸릴때

 

아마 3살이나 4살쯤 육아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이제는 배고프거나 졸린건 본인들이 어느정도 표현을 하는 편이여서 양육자분들도 금방 눈치를 채시고 알아서 준비해주실거라 생각합니다. 씻기는것과 옷입히는건 아이의 기분이 크게 좌우하는데 우리 어른들도 그렇지만 옷입기 싫고 씻기 싫을때가 있습니다. ^^ 어려도 느끼는건 똑같습니다. ㅎㅎ 

 

 

'아마도 가장 힘든건 아이가 좋아하는걸 하지 못했을때가 아닐까.'

 

 

이 시기는 아이도 말을 제법할 줄 알며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합니다. 물론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렇저렇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ㅎㅎ 좋아하는건 아이들마다 다른것 같습니다. 저희 범이는 유튜브 채널을 즐겨보며 알파벳, 숫자, 행성, 그리고 옴놈이라는 만화케릭터를 좋아합니다. 이것들은 범이의 기분을 좋게만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고집이나 떼를 부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요. 

 

아이들은 꽤 단순합니다. 본인들이 원하고 좋아하는것을 쥐어주거나 보여주면 그만이지요. 제 지인의 딸은 3살 4살 쯤 되는데 먹는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역할은 '균형을 맞춰주는것' 이므로 먹는것도 조절을 시켜줘야합니다. 힘들지만 이때 아이는 떼를 부립니다. 들어본바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원하는걸 사주지 않으면 끊임없이 반복한다고합니다. 이 얼나 힘든일입니까. 말이 하루종일이지 정말 하루종일 "아이스크림 사줘" 를 계속 듣게되면 제정신으로 일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네요. ^^; 

 

해서 저희 범이 역시 하루종일 유튜브 채널을 보게할 수 없으므로 뺏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순간은 육아를 하며 가장 고되고 힘든 순간이된답니다. 다행이도 저희 범이의 떼는 그리 길지 않아서 참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육아를 하고 있답니다. 보통 짧으면 1분에서 길면 10분정도 입니다. 아이의 떼를 달래는 방법은 양육자들마다 다 다르시겠지만 저는 주로 안아주고 범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먹이는 편입니다. 

 

 

'무언가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순간이 있었다.'

 

 

아이와 소통이 조금씩이뤄지고 배려를 주로 하다보니 크게 호통을 치거나 훈육을 할 일이없는데 오늘은 유독 범이가 떼를 씁니다. 옷입기가 싫었고, 배가 고프고, 유치원에 가기 싫었나봅니다. 아마 잠을 덜 잔게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렇게 아이에게 수면이 중요합니다. ^^; 차량 정비 예약을 일찍잡아놓은터라 아이를 좀 더 일찍 유치원에 보냈어야했는데 그게 싫었던것 같아요. 그래서 생떼를 쓰고 겨우 차에 태웠는데 계속 울고 불며 맘에 들지 않는다는거예요. 이럴때는 그냥 받아주는게 서로가 편하더라구요. 싫으면 다 이유가있을테니.. 그냥 하자는대로 해줍니다. ^^;

 

이곳 호주는 지금 겨울이라 날씨가 추워 방한용 조끼를 입혔는데 그게 싫다길래 그냥 벗겼습니다. 양말도 싫다길래 그것도 벗겼습니다. 다 이유가 있겠거니.. 이쯤되면 왠만한 종교 믿음 못지않은 철학이 생깁니다. ㅎㅎ

 

' 다 이유가 있다네. '

 

그렇게 유치원에 보내려는데 범이가 또다시 생떼를 부려 이번에는 제가 호통을 쳤답니다. 자제하려고 하는데 너무 아니다싶으면 훈육을 하는편이라, 아이도 꽤 놀랐던 것 같아요. 큰 소리로 '그만! 이제 그만하면 됐어! 그만해 범아!.' 그렇게 언성을 높이니 범이가 옆에있던 엄마를 찾더라구요. 이런 상황에서는 엄마역시 아빠와 같은 양육을 진행해줘야 효과가 있기에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0초 정도 정적이 흐르고 범이의 울음이 사그라들었습니다. 

 

 

'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아이가 내 감정을 이해한걸까?'

 

 

순간 뭔가 머릿속이 번뜩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범이가 제 감정을 이해하고 울음을 그친거예요. 그럴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전에는 아무리 호통을 쳐도 아이들은 울음을 그치거나 흥분을 쉽사리 가라앉히지를 못합니다.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여러번 잘 설득해야하며 지속적인 훈육으로 조금씩 아이의 떼를 줄여야하고 이해를 시켜야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한번에 범이가 저의 감정을 이해하고 단번에 수긍을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순간,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도 아이가 성숙했다는 생각에 더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범이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겠지만 ㅎㅎ; 저도 한낯 인간이자, 아빠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차에서 나와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화를 낸건 저의 잘못이니 사과를 하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어떤부분에서 화가 났는지 설명해주었습니다. 알아듣는지 모르겠지만 화해를 하자고 얘기하니 범이가 고개를 끄덕더라구요. 뽀뽀를 해달라고 했더니 조금 머뭇거다 해주었습니다. ㅎㅎ; 

 

' 아빠.. 카페..' 

 

이 후 범이가 카페를 가자고 합니다. ㅠㅠ 저희 유치원 맞은편에 새로 생긴 카페가 있는데 범이가 그곳 음식과 분위기를 꽤 좋아합니다. 아침 8시부터 카페라니..ㅠ 난감하지만 카페로 향하며 차량정비예약을 한시간 뒤로 미룹니다. 그렇게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파스타하나를 시켜 아이를 먹이고 저와 아내는 커피한잔하며 여유를 가져보았습니다. ㅎㅎ

 

아이가 3살 4살부터는 감정을 서서히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며 사과도하고 화도내고 부끄러워하기도 합니다. 양육이 더 섬세해져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댓글